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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 돌파 가능성 크다’ 경고 나와


뜨거워진 지구
지난 2015년 엘니뇨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 근처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오랜 시간 지속됐다
  • 맷 맥그라스

  • 기자,BBC 환경 전문기자

  • 2023년 5월 18일

 

지난 17일(현지시간) 앞으로 5년 이내에 기후 변화의 주요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사상 최초로 나왔다. 2027년경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다.

유엔(UN) 산하 기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의 확률로 1.5°C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올해 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엘니뇨로 인해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5°C 기준점’ 돌파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로 인해 화석연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하기 시작하기 이전인 19세기 후반보다 1.5°C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준점 돌파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록 단 1년 만일지라도 기준점을 돌파했다는 사실 자체는 지구 온난화 속도가 줄어들기는커녕 가속하고 있다는 뜻이기에 걱정스러운 신호다.

한편 ‘1.5°C 기준점’은 세계 기후 대화의 상징이 됐다. 지난 2015년 전 세계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고자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10년 혹은 20년간 매년 해당 기준점을 초과할 경우 폭염 일수가 길어지고 폭풍과 산불이 더욱 강해지는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은 더 큰 피해를 끼칠 전망이다.

그러나 몇 년간 기준점을 돌파한다고 해서 ‘1.5°C 기준점’이 깨졌다고 볼 수는 없다. 인류가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데 성공한다면 지구 온난화 가속을 막을 시간이 아직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WMO는 지난 2020년부터 향후 1년 안에 ‘1.5°C 기준점’이 깨질 가능성을 줄곧 계산해 발표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5년 안에 기준점이 깨질 가능성이 20% 미만으로 예측됐으나, 지난해 50%까지 증가했으며, 올해 다시 66%로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돌파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5°C 기준점 초과’의 의미는?

이는 직접적인 기온 측정치가 아닌, 평균 온도가 장기적인 평균 온도에 비해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혹은 시원해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폭염이 덮친 인도네시아에서 한 학생이 더위를 식히고자 애쓰는 모습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에 의존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측정하고자 과학자들은 1850~1900년 사이 평균 기온 데이터에 비교한다.

지난 수십 년 간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상 상승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2018년 이 수치를 대폭 수정해 1.5°C만 넘어도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과열된 지구는 더욱더 더워지고 있다. 그러다 2016년엔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28°C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고 이제 전문가들은 98%의 확률로 2027년 안에 더 높은 수치가 관측될 것이라며 또 한 번 최고치가 경신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일시적으로나마 사상 최초로 ‘1.5°C 기준점’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영국 기상청’ 소속 장기 기후 예보 책임자인 아담 스카이프 교수는 “현재 인류는 연간 평균 기온이 일시적으로나마 1.5°C 기준점을 넘을 수 있는 시기까지 왔다. 인류 역사상 기준점에 이렇게 근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스페인에선 올봄 극심한 폭염으로 가뭄이 찾아오며 플라밍고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카이프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보고된 내용 중 가장 심각하고 명백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해당 기준점이 완전히 돌파됐다고 말하기 위해선 20년간 줄곧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C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우리 지구가 과거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1.5°C 기준점을 초과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WMO는 기준점을 초과하는 해가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사상 최초로 1.5°C 기준점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전망엔 2가지 핵심 원인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비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하고 있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다.

2번째는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의 발달 가능성이다.

지난 3년 동안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에선 라니냐(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 수온이 떨어지는 현상)가 발달했다. 라니냐는 기후 온난화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스카이프 교수는 “올겨울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까지 예측한 내용이 앞으로 상당히 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안에 엘니뇨의 발생 규모나, 이에 따라 5년 안에 발생할 사건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힘듭니다. 즉 앞으로 3~4년간 경도 2.5의 엘니뇨가 이어지면서 지구 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국 등 지구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영향은?

이번 WMO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 최초로 1.5°C 기준점을 초과할 경우 북극의 평균 기온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더 많이 올라갈 것이며, 향후 5년간 북반구에선 겨울철 기온 변동 폭이 전 세계 평균치보다 3배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향후 5년간 영국과 북유럽의 5~9월 강우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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